(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충청권을 연고로 한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올해 제2구장인 청주야구장에서 경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화는 이번 시즌 청주 경기 배정이 어렵다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 23일 청주시에 발송한 것으로 26일 파악됐다.
한화는 공문에서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낙후한 시설로 인한 선수 부상 위험성, 경기력 저하, 팬들의 편의성 및 접근성 문제로 인해 당분간 청주경기장에서 프로야구 경기 진행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에 "2025년 시즌에도 지난 시즌처럼 최소 6경기를 배정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나 한화가 회신하지 않자 최근 재차 공문을 보내 "청주 홈경기 편성 여부를 빨리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한화는 앞서 지난 3월 이범석 청주시장이 "성적과 상관 없이 열정적으로 응원해준 청주 팬을 외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을 당시 언론을 통해 청주야구장은 홈·원정 선수단과 팬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는 점과 대전 신구장 입점 자영업자·소상공인과의 계약 관계 등을 들어 난색을 보였다.
이 시장에 이어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4월 한화글로벌,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도내 한화그룹 계열사 임원을 초청해 사회공헌 차원에서 청주경기 배정에 힘써달라고 요청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청주는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한국야구위원회 경기장 실사를 통과하지 못한 때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빙그레 이글스 시절부터 거의 매년 한화의 홈경기를 유치해 왔다.
한화의 올 시즌 청주 홈경기 미배정 결정에 지역 팬들은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다.
직장인 김모(38)씨는 "가족이 빙그레 시절부터 30년 넘게 응원해왔는데 선심 쓰듯 몇 경기 배정하겠다는 것 자체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그렇게 선수들 부상이 걱정됐으면 지난 3월에 청주경기장에서 시범 경기는 왜 한 건지 모르겠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시민 이모(40대)씨는 "청주야구장이 매년 시설을 개선한다고는 하지만 대전구장에 비해 열악한 것은 사실이니 경기력 등의 측면을 고려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매년 경기 배정을 기다리느니 이참에 청주시도 어엿한 야구장을 짓고, 더 나아가 새로운 구단 창단을 추진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주야구장은 과거 낡고 협소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아왔다.
청주시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근 10년여 동안 약 170억원을 들여 마운드 다짐, 인조 잔디 교체, 관람석 증설(7천420석→1만500석), 외야 펜스 확장(110m→115m), 1층 더그아웃 확장 등 시설을 개선해 왔다.
시 관계자는 "현재 야구장뿐 아니라 시내 전체 스포츠 시설에 대한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의뢰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