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복귀와 유희관 은퇴…프로야구에 새 '이닝이터' 필요하다

양현종 복귀와 유희관 은퇴…프로야구에 새 '이닝이터' 필요하다

주소모두 0 924 2022.01.24 09:41
'느림의 미학' 유희관의 작별 인사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두산베어스 좌완 유희관이 2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시속 120km 대의 직구 등 느린 공을 주로 던져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을 얻은 유희관은 올 시즌까지 1군에서 개인 통산 281경기에 출전해 1천410이닝을 던져 101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2022.1.2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왼손 투수 양현종(34·KIA 타이거즈)은 돌아왔고, 같은 좌완 유희관(36·전 두산 베어스)은 정든 마운드를 떠났다.

2022년 프로야구는 '이닝이터'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는 거대한 숙제와 마주한다.

양현종과 유희관은 지난 수년간 말 그대로 이닝을 잡아먹는, 많은 이닝을 던지는 KBO리그의 대표 이닝이터였다.

유희관은 시속 120㎞의 느린 볼로도 통산 101승을 거뒀다. 그의 상징인 독특한 '느림의 미학'보다도 그가 남긴 투구 이닝 수치가 더욱 대단하다.

유희관이 선발의 한 축을 꿰찬 2013년 이래 지난해까지 전체 투수들의 투구 이닝을 살피면, 양현종이 1위(1천395⅓이닝), 유희관이 2위(1천393⅓이닝)를 달렸다.

양현종, KIA와 4년 최대 103억원에 계약
양현종, KIA와 4년 최대 103억원에 계약

(서울=연합뉴스) 프로야구 KIA 구단이 24일 "양현종과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30억원, 연봉 총액 25억원, 옵션 48억원 총 103억원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양현종. 2021.12.24
[KIA 타이거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양현종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느라 2021년 KBO리그를 떠났는데도 이 기간 투구 이닝 1위를 지켰다.

두 투수는 큰 부상 없이 선발로 해마다 평균 30경기씩 꾸준히 등판해 '이닝탑'을 쌓았다. 수술대에 올라 시즌을 포기한 적도 없었다.

둘은 많은 이닝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선발 투수의 가치를 높였다. 다승, 평균자책점 등 다른 지표와 비교해 투구 이닝은 투수가 상대적으로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항목이어서 그만큼 자기 관리가 뛰어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투수 분업화 시대에 선발 투수의 투구 이닝은 상당히 중요하다. 선발이 오래 버텨야 중간, 마무리의 부하가 줄어 마운드 전체가 강해진다.

이미 KBO리그 각 구단의 외국인 투수 영입 후보도 15승 또는 20승을 거두는 선수보다 한 시즌을 완주할 수 있는 이닝이터로 바뀐 지 오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닝이터 부문 선두를 다투던 유희관이 은퇴하면서 이제 양현종 홀로 남았다.

양현종은 2014∼2020년 7년 연속 연평균 투구 이닝 170이닝을 넘긴 강견의 소유자다.

우리 나이 30대 중반에도 일관성 있는 투구를 선사할 수 있다면 옵션 대부분을 챙길 것으로 보인다. 양현종은 KIA와 계약기간 4년에 계약금 30억원, 연봉 총액 25억원, 옵션 48억원 등 총액 103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로 사인했다.

박종훈 SSG 선발 등판
박종훈 SSG 선발 등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간을 2016년 이후로 좁혀 따지면, 양현종과 유희관을 추격하는 이닝이터로는 박종훈(SSG 랜더스), 최원태(키움 히어로즈),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문승원(SSG) 등이 있다.

이 중 박종훈과 문승원은 지난해 나란히 오른쪽 팔꿈치를 수술하고 올해 6월 이후에나 마운드로 돌아온다. 최원태와 박세웅의 투구 이닝은 같은 기간 양현종, 유희관보다 100∼200이닝 뒤진다.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34)이 KBO리그를 떠난 뒤 완투·완봉을 기대할 만한 투수는 사실상 사라졌다.

이는 곧 국제대회에서 한 경기를 믿고 맡길만한 투수가 없다는 한국 야구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이어졌다.

김광현이 SSG의 전신인 SK 와이번스에서 뛰던 2010년, 193⅔이닝을 던져 류현진(당시 한화 이글스)을 1이닝 차로 따돌리고 그해 최다 투구 이닝 투수에 오른 뒤 이 부문 1위는 이방인 투수의 전유물이 됐다.

긴 이닝을 던지는 투수를 찾아보기 드문 KBO의 현실은 암울하다. 선수나 지도자가 몇 번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email protected]

Comments

번호   제목
5993 '배혜윤 28점' 삼성생명, 하나원큐에 17점 차 완승…4위 유지 농구&배구 2022.01.24 432
5992 프로농구 SK, 9년 만에 9연승…4경기 차 선두 질주 농구&배구 2022.01.24 425
5991 [여자농구 중간순위] 24일 농구&배구 2022.01.24 379
5990 [여자농구 부천전적] 삼성생명 71-54 하나원큐 농구&배구 2022.01.24 410
5989 [프로농구 중간순위] 24일 농구&배구 2022.01.24 508
5988 [프로농구 서울전적] SK 97-87 한국가스공사 농구&배구 2022.01.24 423
5987 한국 여자축구, 미얀마 꺾고 아시안컵 2연승…이금민·지소연 골 축구 2022.01.24 528
5986 프로축구 수원, 불투이스 영입 공식 발표…계약 기간 2년 축구 2022.01.24 718
5985 프로 데뷔 앞둔 김포FC…"호락호락하지 않은 11번째 팀 될 것" 축구 2022.01.24 725
5984 '유럽행 임박' 정상빈,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훈련서 소집 해제 축구 2022.01.24 728
5983 대전 베이스볼 드림파크 실시설계 적격자에 계룡건설 컨소시엄 야구 2022.01.24 745
5982 여자축구 김혜리, 코로나 털고 미얀마전 선발 출격…지소연 벤치 축구 2022.01.24 716
5981 K리그1 서울, 올림픽 대표 출신 수비수 이상민 영입 축구 2022.01.24 701
5980 "감독님은 최고의 선택"…선수들 사랑 듬뿍 받는 안익수 감독 축구 2022.01.24 701
5979 '바그너 형제' 41점 합작…NBA 동부 꼴찌 올랜도, 시카고 격파 농구&배구 2022.01.24 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