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 위기 딛고 플레이볼…인천 섬마을 고교 야구부

폐교 위기 딛고 플레이볼…인천 섬마을 고교 야구부

주소모두 0 733 2022.03.18 08:30

덕적고, 전교생 14명→40명으로…"전국 16강이 목표"

서포리 해변서 훈련하는 덕적고 야구부
서포리 해변서 훈련하는 덕적고 야구부

[덕적고 야구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최은지 기자 = 초등학교 4학년 여름 야구를 시작했다. 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계속 야구를 했지만, 야구부 내부 문제가 불거져 훈련이 여의치 않았다.

때마침 전국에 하나뿐인 섬마을 야구부 덕적고 코치로부터 "함께 해 보자"는 연락이 닿았다. 이전부터 존경하던 코치를 따라 전학을 했고, 유일무이한 섬마을 고교 야구부 주장이 됐다.

인천 덕적고 야구부 주장 최민호(18)군은 18일 "섬에서만 생활하다 보니 운동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졌고 공기와 주변 환경이 좋아 훈련도 덜 힘들다"며 "많은 분이 지원을 통해 야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셨다"고 환하게 웃었다.

인구 1천300명 남짓한 덕적도 내 전교생 14명에 불과했던 덕적고는 지난해 야구부가 생기고 육지 학생들이 속속 전학을 오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훈련 인프라는 물론이고 학생 수도 턱없이 부족했던 이곳에 '유일무이' 야구부가 생기기까지 주민들의 아낌 없는 지원과 노력이 있었다.

덕적도에서 전지훈련을 한 경험이 있던 인천 출신의 김학용 전 동산고 야구부 감독이 지난해 6월 야구부 창단 아이디어를 처음 내놓자 주민들은 반색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지침에 따라 덕적고 폐교 수순을 밟게 될 운명이었다.

서포리 해변서 훈련하는 덕적고 야구부
서포리 해변서 훈련하는 덕적고 야구부

[덕적고 야구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덕적고 야구부 창단을 위한 서명 운동에 800명 넘는 주민이 참여했고, 섬 바닷모래를 채취하는 건설업체로부터 주민들이 받은 복지기금 1억원도 야구부 후원금으로 모였다.

이해주(59) 덕적고 야구부 후원회장은 "인천골재협회와 여러 기업에서도 후원이 이어지고 있고 개인자금으로도 2천만원을 기부했다"며 "요즘은 아이들이 동네를 지나다니는 것만 봐도 왁자지껄하니 생기 있고 활기가 넘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인천시교육청이 지난해 9월 덕적고 야구부 창단을 최종 승인하며 순조로운 선수 확보가 이어졌다. 인천에만 중학교 6곳에 야구부가 있지만, 고교는 동산고·인천고·제물포고 3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올해까지 덕적고에는 야구부원 27명이 인천·서울·대전·경기에서 전학을 왔고, 인천 연고 프로야구단 포수로 활약한 장광호(54)씨가 초대 감독을 맡았다.

훈련 중인 덕적고 야구부원
훈련 중인 덕적고 야구부원

[덕적고 야구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단 초창기 섬 내 호텔에서 묵던 아이들은 이제 옛 옹진군 관사를 리모델링한 생활관에서 숙식하며, 6㎞가량 떨어진 서포리 종합운동장에서 훈련을 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학교와 옹진군은 야구부원들이 야간에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서포리 종합운동장과 학교 운동장에 조명과 펜스 등을 설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제10회 인천시장기 야구대회에서 첫 정식 경기를 치른 덕적고 야구부는 전국대회 16강 진출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인천의 고교 야구부 3곳을 이기는 것도 부원들의 희망사항 중 하나다.

투수를 맡은 이겨레(17)군은 "훈련이 끝나도 다른 부원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니 누워서도 야구 생각밖에 나질 않는다"며 "주민과 기업들이 후원해주신 만큼 경기력과 실력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장 감독은 "야구는 어디서 하든 똑같고 덕적도 야구부는 섬이라는 특수성 하나뿐"이라며 "이대로라면 전국대회 16강 진출은 자신 있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Comments

번호   제목
60954 멕시코전 선방 빛난 한국축구 U-17 박도훈 "조 1위가 목표" 축구 11.06 5
60953 [프로배구 중간순위] 5일 농구&배구 11.06 4
60952 [여행honey] 우리가 아는 세부, 모르는 세부 ① 마젤란의 발길이 멈춘 섬 골프 11.06 3
60951 도로공사, 4연승 행진 벌이며 선두 도약…김종민 감독 '200승'(종합) 농구&배구 11.06 5
60950 KBO, 울산광역시와 퓨처스리그 참가 협약 체결 야구 11.06 5
60949 '쿠바 특급' 실바 vs '카메룬 괴물' 모마, 불붙은 득점왕 경쟁 농구&배구 11.06 6
60948 MLB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팔꿈치 수술로 2026시즌 결장 야구 11.06 5
60947 K리그1 울산, 고베에 0-1 패배…ACLE 3경기 무패 행진 마감 축구 11.06 3
60946 판더펜, '손흥민 빙의' 폭풍질주 원더골…토트넘, 코펜하겐 대파 축구 11.06 6
60945 강원FC 나르샤 응원단, 일본 히로시마서 첫 열띤 해외응원전 축구 11.06 3
60944 부산으로 연고지 옮긴 OK저축은행, 안방서 스타트 잘 끊을까(종합) 농구&배구 11.06 5
60943 횡성 송호대 축구부, 전국대학 축구 U-1 리그 승격 축구 11.06 5
60942 한화 김승연 회장, 준우승 이글스 선수단에 '오렌지색 폰' 선물 야구 11.06 3
60941 '한국 챔피언' 프로농구 LG, '몽골 최강'에 대패…EASL 2연패 농구&배구 11.06 4
60940 은퇴하는 '전북 레전드' 최철순 "난 궂은일만 했을 뿐" 축구 11.06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