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철해진 매킬로이…3타차 선두인데 파 5홀에서 아이언 티샷(종합)

냉철해진 매킬로이…3타차 선두인데 파 5홀에서 아이언 티샷(종합)

주소모두 0 229 02.04 05:21
권훈기자

화려한 피날레 대신 '안전한 굳히기'로 AT&T 페블비치 프로암 제패

우승 퍼트를 마치고 팬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매킬로이.
우승 퍼트를 마치고 팬들의 환호에 답례하는 매킬로이.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권훈 기자 =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경기는 늘 박진감이 넘친다.

현역 최고의 장타자인 매킬로이는 장애물을 가로질러 넘기는 강력한 티샷을 포함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즐긴다. 이런 공격적인 플레이 덕분에 매킬로이의 경기는 누구보다 역동적이다.

하지만 매킬로이는 불안하다. 지나친 공격적인 플레이에 발목이 잡히는 경우가 더러 나왔다.

또 아드레날린이 치솟은 상태에서 경기를 펼치다 집중력이 무너지면서 우승을 놓친 적도 여러 번이다.

그는 지난해 US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한발짝이 조금 넘는 거리의 퍼트를 두 번이나 넣지 못해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게 1타 뒤진 준우승에 머물렀다.

18번 홀에서 놓친 파퍼트는 1.2m짜리였다.

얼마나 뼈아팠는지 매킬로이는 기자 회견도 마다한 채 코스를 떠났고 거의 한 달 동안 두문불출했다.

3일(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 최종 라운드에서 매킬로이는 18번 홀(파5) 티박스에서 아이언을 꺼내 들었다.

대회가 열린 페블비치 링크스의 18번 홀은 2번(파5), 14번(파5) 홀에 이어 세 번째로 쉬운 홀이다.

이번 대회에서 이글 8개, 버디 109개가 쏟아졌고 보기는 18개뿐이었다.

매킬로이도 2라운드에서는 이글, 3라운드에서는 버디를 뽑아냈다.

티샷을 페어웨이에 떨구면 다들 두 번 만에 그린을 공략하는 곳이다.

다만 18번 홀은 왼쪽 페어웨이가 바다에 딱 붙어 있어서 오른손 선수가 티샷을 당겨치면 볼은 페널티 구역에 빠질 염려가 있다. 페어웨이 오른쪽은 OB 구역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보기를 적어낸 선수 대부분은 티샷이 왼쪽 페널티 구역에 빠진 탓이었다.

김주형도 18번 홀에서 티샷이 왼쪽 페널티 구역으로 날아갔기 때문에 보기를 적어냈다.

매킬로이는 18번 홀 티박스에 올랐을 때 3타차 선두였다.

먼저 경기를 끝낸 저스틴 로즈(잉글랜드), 루카스 글로버(미국), 그리고 동반 플레이를 펼친 셰인 라우리(북아일랜드)가 3타 뒤진 공동 2위였다.

라우리가 이글을 하고 매킬로이가 보기를 한다면 승부는 연장전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확률은 낮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시나리오는 아니었다.

매킬로이는 마지막 홀을 버디로 장식하는 화려한 피날레 대신 안전한 '굳히기'를 선택한 것이다.

아이언 티샷으로 238야드를 보낸 매킬로이는 289야드 남은 거리를 안전하게 잘라 갔다. 두 번째 샷으로 186야드를 보냈고 116야드를 남가고 웨지로 홀 7m 거리에 볼을 안착시켰다.

두 번의 퍼트로 파를 지킨 매킬로이는 버디를 잡아낸 라우리를 2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물론 매킬로이는 승부를 결정지은 14번 홀(파5)에서는 '매킬로이표' 화려한 플레이를 펼쳤다.

페어웨이 오른쪽 나무와 벙커 밭을 훌쩍 넘기는 비거리 339야드짜리 초강력 티샷에 이어 7번 아이언으로 그린에 볼을 올려놓고 8m 이글 퍼트를 집어넣었다.

사실상 우승에 쐐기를 박은 14번 홀 이글은 매킬로이의 장기를 100% 발휘한 결과였다.

함께 경기한 제프 슈트라카(오스트리아)는 "14번 홀에서 나도 두 번째 샷을 7번으로 쳤다. 내가 친 건 아이언이 아니라 7번 우드였다"고 혀를 내둘렀다.

매킬로이는 무엇보다 올해 목표로 내세웠던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데 꼭 필요한 자신감 확보와 함께 냉철한 승부사 본능까지 확인하는 성과를 거둔 셈이다.

매킬로이는 이번 우승으로 우승 상금 360만달러를 챙기고 역대 최다승 22위(27승)로 올라섰다.

매킬로이보다 더 많이 우승한 현역 선수는 타이거 우즈, 필 미컬슨(이상 미국) 둘 뿐이다. 우즈와 미컬슨은 메이저대회 말고는 거의 출전하지 않기에 사실상 현역 최다승 선수다.

매킬로이는 또 통산 상금도 9천458만9천348달러(약 1천388억원)로 늘렸다.

1위 우즈에 이어 2위를 달리는 매킬로이는 우즈에 이어 두 번째 1억 달러 돌파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통상 상금 3위는 7천232만달러를 벌어들인 셰플러다.

매킬로이가 PGA 투어에서 8년 연속 우승을 신고한 것도 현역 선수로는 최장기간이다.

매킬로이는 이번 대회에서 장타 1위(평균 336.7야드)에 페어웨이 안착률 19위(67.86%) 그린 적중률 19위(70.83%), 그린 적중 시 평균 퍼트 15위(1.63개) 등 모든 지표에서 고루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경기력 상대 평가인 샷 게인드(SG)에서는 단연 1위였고 퍼팅 부문 SG 7위(4.262타)로 그동안 말썽이던 그린 플레이도 이제는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수준으로 향상됐다.

매킬로이가 이번 대회에서 적어낸 267타는 대회 최소타에 1타 모자란다.

매킬로이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와 함께 골프 경기에서 성지로 치는 대표적인 코스에서 우승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라면서 "시즌 첫 대회부터 우승해 좋다.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까지 이 기세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내 경기력은 완성에 가깝다. 경기 중에 어떤 상황이 닥치더라도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낀다"고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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